소독을 빌미로 동아리를 하지 않는 날의 하교길은 북새통 시장을 연상케 한다. 물론 부활동에 대한 진득한 애정은 있으나, 그래도 일찍 하교를 한다는 건 어디론가 놀러 갈 수 있는 빌미가 새로이 생기는 것이니, 직장인들은 교복 입은 학생들이 부럽다는 건선한 뭇시선들을 받기는 한다만 어쩌겠어요. 기도가 콱 막힐 듯 빡빡한 일정의 수업일정은 지루하기만 하다. 대게...
“병신도 이런 병신이 따로 없지.”쯧. 혀 차는 소리가 이리 선명히 들릴 줄은 몰랐다. 정수리 위로 가격하듯 내리꽂힌 욕지거리에 토오루는 그저 뽀독뽀독, 찹찹한 유리잔만을 엄지로 쭉 쓸어내릴 뿐이다. 토오루, 울화가 치밀 정도로 속이 타서 아예 비스킷 채로 얼음만 되채운 지 네 번째다. 아작아작 얼음을 씹어 한순간에 자잘한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잇몸은 시린 ...
*편의 상 사무라고도 적었습니다.. 오타 아니에요..(소심) “저…, 아카아시상. 미야상.”저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제법 초조했다. 푸근한 소파에 앉아 잔 안의 커피를 찬찬히 들이마시던 케이지와, 채널을 돌리기 위해 리모콘을 집어든 채 심드렁하게 앉아있던 오사무의 시선이 자연스레 쇼요에게로 향한다.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에 두 사내의 눈썹이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흔히 병원이라 한다면 다들 코 끝이 쩡해지는 알코올 냄새가 가득한 곳을 상상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다. 하나, 그렇지 않은 병원도 흔치 않게 있는데, 그 손에 꼽는 병원들 중 한 곳에 발걸음을 향했더랬다. 1층엔 약국이, 그 위로는 다양한 간판들이 즐비한 병원들 중 굳이 향해야만 하는 곳. 찹찹한 유리문에 손을 갖다 대는 것조차 무서워 벌벌 떨다, 데스크에 ...
“오빠, 한 번만. 응?” 쇼요는 합장을 한 채 고개를 푹 숙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라 자부하는 동생을 난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지간히 학창시절에도 다른 고민거리, 걱정거리 없이 잘만 다녀주고 사고 하나라도 치지 않던 착한 동생. 쇼요는 삼삼오오 모여 시끌시끌한 술자리에 가서도 동생 자랑은 재잘재잘 꼭 하고 다녔다. 히나타 쇼요를 아는 사람이 ...
띵동, 하고 초인종이 울리기에 시켜둔 택배가 왔나 했다. 쇼요는 문을 살짝 열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요새 세상이 좀 흉흉해야지, 택배기사를 가장해 대학가 원룸을 털고 다닌다는 수상한 사내들이 여럿 있다며 늙다리 교수님들께서 주의에 또 주의를 기울이셨다. 쇼요는 보증금도 그리 크게 걸지 않는 1DK 멘션에 지내는데 심지어 바깥을 흘겨볼 만한 구멍마저 없어...
*제 마음대로 고전 AU입니다 :D 시대는 딱히 정하지 않았어요.*for. 밤달님 딱딱한 굳은살이 잔뜩 베긴 케이지의 손에 뜯겨진 우편 하나가 들려 있었다. 고개를 들자 눈에 들어오는 건 대저택이오, 근방엔 사람 한 명도 지나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번화가와 꽤 떨어져 있는 곳. 참으로 고즈넉하구나. 케이지는 우편이 들린 손의 검지를 뻗어 빛이 바래진 초인종...
재수 옴 붙은 날은 꼭 불행한 일들이 여럿 겹쳐서 찾아오더라.히나타는 빈 맥주병으로 잔뜩 널브러진 테이블 위에 복숭아마냥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이마를 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쥐어박았다. 빈 맥주잔들이 저들끼리 부딪혀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었지만 사각지대마다 설치된 제 얼굴만한 검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최신 가요에 묻히기 십상이다. 히나타는 이마를 살짝 ...
얼굴을 쏙 빼닮은 일란성 쌍둥이. 신장도, 옷의 취향도. 뭐 하나 빠짐없이 비슷한 걸 선호하는 형제가 저와 다른 점이 딱 하나 있다면, 아츠무는 어릴 적 부터 순 제멋대로였다. 들통나기 십상인 뻔 한 거짓말, 말도 없이 옷을 걸치고 신발을 신고 나가는 건 애교수준이다. 장난끼는 얼마나 심한지, 어머니는 가끔 식탁에 앉은 두 형제를 향해 부드러운 얼굴을 하며...
[오이히나] 보고 싶었어대학생 오이카와 토오루 X 입시생 히나타 쇼요W. 누리 가로등 불빛이 명줄을 다하고 있었다. 껌벅이는 백열등에 달라붙은 하루살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퍼덕퍼덕 날개짓을 하는 걸, 풍성한 수확이 이루어진 가을을 담은 두 동공에 고스란히 담겨진다. 히나타의 눈꺼풀이 살짝이, 아주 천천히 느릿하게 떴다 감겼다. 따듯한 백열등에 붙어 지내면 ...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촉이 너무나도 좋아서 딱 들어맞는 날. 문제는 그걸 알면서도 상황을 모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한다. 예를 들면 끈끈한 연을 지니며 열심히 일 해 왔던 회사 상사가 급작스레 점심시간에 혼자 슬그머니 불러내, 회식 자리에서조차 먹어보지 못했던 고급스런 참치 대뱃살을 사준다던가- 아니면 정갈한 음식을 내다주는 레스토랑에 데리고 ...
[우시히나] 네 살 차이 도쿄의 열 네살 어린 도련님은 철이 없어요 우리 꼬마 도련님- 히나타의 입술이 얼마나 삐져나와있냐고, 지금은 부재중인 비서 아카아시 케이지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태평양만큼 튀어나와있을 것이라 단호하게 대답할지도 모른다. 히나타는 미야기현으로 향하는 신칸센 창가에 두 팔을 걸터 고개를 괸 채 쉴 틈 없이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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